황정민, 조인성 주연의 호프. 관객 평점이 9점과 1점으로 쪼개진 이 영화가 왜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렸는지, 그리고 600억 제작비가 만든 흥행 승부처까지 결말과 함께 짚어봅니다.

스포일러 주의: 이 글은 영화의 결말과 쿠키 영상을 전부 다룹니다.
네이버 관람객 평점을 보면 9점과 10점을 준 관객이 53퍼센트, 1점과 2점을 준 관객이 22퍼센트다. 평균은 7점대로 나쁘지 않은 숫자지만, 그 평균 뒤에 중간이 거의 없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이렇게 정확히 둘로 쪼개진 반응을 얻으며 올여름 가장 뜨거운 화제작이 됐다. 600억 원이라는 한국 영화 역대급 제작비와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개봉 전부터 이미 관심은 최고조였다.
통신이 끊긴 마을, 산속의 추격
영화는 희망파출소 소장 범석과 순경 성애가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지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증원 병력은 산불 진압에 투입되고 통신마저 끊긴 상황입니다. 한편 산속에서는 성기와 주민들이 괴수를 추적하러 나섰다가 오히려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쫓기는 처지가 됩니다.
사건의 발단은 한 충청도 청년이 산속에서 새끼 외계 생명체를 죽여 냉동창고에 숨긴 데 있습니다. 무지에서 비롯된 이 작은 사건이 오해를 낳고, 그 오해가 인간들 사이의 갈등으로, 다시 우주적 규모의 비극으로 번져갑니다. 결말에서는 거대한 비행물체가 산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할리우드 SF 영화 속 외계인을 닮은 생명체들이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며 영화가 끝납니다. 엔딩 크레딧 이후에는 성기의 생존을 알리는 쿠키 영상도 붙어 있습니다.
초중반까지는 이 모든 게 크리처물에 가깝게 흘러갑니다. 시골 마을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고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맞서는 구도죠.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외계 생명체의 기원과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규모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장르 자체가 크리처물에서 우주적 스케일의 SF로 확장됩니다. 이 장르 전환의 폭이 크다는 것도, 관객에 따라 짜릿한 확장으로 느껴지거나 갑작스러운 비약으로 느껴지는 또 다른 분기점이 됩니다.
관객을 가른 두 가지 쟁점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극단적인 설명의 생략입니다. 영화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무엇인지, 왜 마을에 나타났는지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호평하는 쪽은 이걸 '시네마틱 체험'이라 부릅니다. 관객도 극 중 주민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포를 마주하게 만들어, 극장에서만 가능한 현장감을 준다는 겁니다. 반대쪽은 떡밥만 던져놓고 회수하지 않는 분산된 플롯 탓에 이야기를 따라가기 피곤하고, 몰아치다 갑자기 끝나는 결말이 당혹스럽다고 지적합니다.
이 쟁점은 사실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반복돼온 논쟁이기도 합니다. 〈곡성〉이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 결말을 두고 누군가는 해석의 여지를 즐겼고, 누군가는 불친절하다고 느꼈죠. 다만 이번엔 제작비 규모와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무게감이 더해지면서, 그 논쟁의 크기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커진 셈입니다.
둘째는 톤의 문제입니다.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어둡고 묵직한 스릴러를 만들어온 감독이, 이번엔 코믹한 대사와 유머를 섞어 넣었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해 상업적으로 훨씬 재밌어졌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진지해야 할 재난 상황에서 웃음을 유도하는 장면들이 오히려 몰입을 깬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이 두 쟁점 모두, 나홍진 특유의 화법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취향의 문제로 수렴합니다.

할리우드를 겨냥한 결말의 농담
결말의 외계인 등장 장면도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타노스와 나비족을 떠올리게 하는 외계인들의 대화, 속편을 암시하는 마블식 쿠키 영상까지, 이 결말은 할리우드 SF 대작들의 문법을 의도적으로 패러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내내 강조되던 한국전쟁과 반공 정서라는 배경이 결말에서 맥락 없이 증발해버린다는 지적도 이 패러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진지하게 쌓아온 떡밥을 농담으로 허무는 방식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대담한 선택이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헤겔이 본 비극의 구조
나홍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두고 "그 누구도 악의는 없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이해되는 입장들이 충돌하는 비극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말은 독일 철학자 헤겔이 비극을 설명했던 방식과 정확히 겹칩니다. 헤겔은 진짜 비극이란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저마다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 두 가치나 입장이 양보 없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고 봤습니다.
헤겔이 이 구조를 설명할 때 즐겨 들었던 예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입니다.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는 안티고네의 가족적 의무와, 반역자의 장례를 금지한 크레온의 국가적 의무는 둘 다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충돌은 누군가를 악인으로 지목하는 걸로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호프 역시 이 구조를 빌려옵니다. 새끼 생명체를 죽인 청년의 행동도, 그 죽음에 반응한 외계 존재의 행동도, 각자의 입장에서는 이해 가능한 반응이었다는 점에서요.
영화 속 인물들을 이 틀로 보면, 새끼 생명체를 죽인 청년에게도, 그 죽음에 반응한 외계 존재에게도, 명확한 악의는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인데, 그 행동들이 맞물리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번집니다. 다만 영화가 이 비극적 구조를 끝까지 진지하게 밀고 가지 않고 코미디와 할리우드 패러디로 틀어버린다는 점에서, 헤겔식 비극의 무게와 나홍진식 장르 유희 사이의 긴장이 바로 이 영화를 호불호로 가르는 근본 원인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승부처, 손익분기점
이 영화를 둘러싼 진짜 쟁점은 평가 논쟁 바깥에도 있습니다. 호프는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수준인 약 6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입니다. 업계가 추정하는 손익분기점은 국내 관객 700만에서 800만 명 수준입니다.
개봉 첫날 33만 명으로 나홍진 감독 역대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고, 개봉 5일 만에 200만, 1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를 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호불호 논쟁 자체가 오히려 화제성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개봉 초반 81퍼센트까지 떨어졌던 CGV 골든에그지수가 논쟁이 가열되면서 83퍼센트로 다시 올라갔고, N차 관람과 입소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영화를 둘러싼 논쟁 자체가 일종의 마케팅으로 작동한 셈인데, 이런 현상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최종 누적 관객수는 약 459만 명 선에서 집계됐습니다. 업계가 예상한 손익분기점 700만~8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입니다. 다행히 칸 영화제 마켓에서 역대급 해외 판매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흥행 부담을 어느 정도는 덜어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논쟁이 흥행을 구할 수 있는가
결국 호프라는 영화는 두 개의 저울 위에 동시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하나는 걸작이냐 난장판이냐를 묻는 평가의 저울이고, 다른 하나는 화제성이 600억 원짜리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흥행의 저울입니다. 두 저울 모두 아직 완전히 기울지 않았습니다. 논쟁적인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실패하는 것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이 영화는 국내 성적과 해외 판매 성적이 엇갈리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평점이 둘로 쪼개진 영화일수록 오히려 화제성은 커진다는 역설도 이 영화가 증명한 셈입니다. 모두가 같은 점수를 준 무난한 영화였다면 애초에 이만한 논쟁도, 이만한 N차 관람도 없었을 겁니다. 다만 그 화제성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관객 수로 환산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 있고, 제작비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이 불확실성이 업계 전체에 남기는 교훈도 작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