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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개봉 전 분석: 여섯 발의 총성과 사라진 두 발

by 필름휴머니스트 2026. 9. 23.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 현장에서 울린 총성은 여섯 발이었습니다. 그런데 범인의 총에서 나온 탄환은 네 발뿐입니다. 개봉을 앞둔 암살자(들)이 파고드는 그날의 균열을 짚어봅니다.

암살자(들) 공식 포스터
암살자(들) 공식 포스터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총성이 울립니다. 대통령을 노린 총탄은 빗나갔지만, 단상 뒤에 있던 영부인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전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본 초유의 사태였습니다. 그런데 사건 조사 과정에서 이상한 숫자 하나가 남습니다. 현장에서 울린 총성은 여섯 발인데, 범인이 소지했던 다섯 발들이 권총에서 나온 탄환은 네 발뿐입니다. 나머지 두 발은 누가 쐈을까요?

9월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이 실제 사건,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예고편과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어떤 질문을 쫓고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범인 문세광은 재일교포 2세로, 사건 당일 일본에서 가져온 권총을 소지한 채 경축식장에 입장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비표 없이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행사였는데, 마침 며칠 전 한 공연에서 경찰이 외교관 부인의 가방을 뒤져 항의를 받은 일이 있었던 터라, 외국인은 과도하게 몸수색하지 말라는 새 경호 지침이 내려온 직후였습니다. 문세광은 그 허점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그는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지만 빗나갔고, 대통령 연설대와 무대 뒤 태극기에도 탄흔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한 발이 영부인을 맞췄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탄환을 다 합쳐도 네 발이라는 겁니다. 다섯 발들이 권총에 한 발은 불발이었으니, 발사된 총탄은 최대 네 발이어야 맞습니다. 그런데 현장 녹음에는 분명히 여섯 번의 총성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공식 수사는 이 숫자 차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종결됐고, 이 미스터리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암살자들 - 기념식장 재연 장면

영화가 파고드는 균열들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씩 짚어내는 지점들이 예고편에 이미 여럿 드러나 있습니다. 경호 계장이 비표 없는 문세광을 그냥 들여보낸 정황, 사건 발생 이후 현장 감식이 하루나 미뤄진 점, 감식반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증거가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는 점까지요. 총상을 입은 학생 합창단원이 있었다는 점, 문세광이 제압당한 이후에도 총성이 한 번 더 울렸다는 증언까지 겹치면서, 의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갑니다.

현장 검증 장면도 석연치 않게 그려집니다. 문세광이 운전자에게 돈을 주고 인사를 받게 해서, 지켜보던 경호원들이 그를 지위 높은 인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재연이 등장하는데, 극장 구조상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위치라는 반박이 곧바로 따라붙습니다.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쪽과, 끝까지 숫자를 맞춰보려는 쪽의 대립이 영화 전체의 긴장을 이끄는 구조로 보입니다.

이 대립의 한 축에는 사건 현장의 경비 책임자였던 형사 철구(유해진)가, 다른 한 축에는 사건의 이면을 파고드는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박해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현장을 직접 취재하다 사건을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까지, 세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의문을 다른 방식으로 쫓아가는 구조로 그려집니다.

암살자들 - 기자 취재 장면
암살자들 - 기자 취재 장면

제목이 왜 복수형일까요?

영화 제목은 '암살자'가 아니라 '암살자들'입니다. 이 복수형 접미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이 한 명이라 해도,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하고 진실을 묻어버리는 데 가담한 사람은 여럿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예고편에는 증거를 하루 만에 정리해버린 감식반, 사건을 북한과 조총련의 배후로 서둘러 결론짓는 수사 발표, 진실을 추적하던 기자에게 신문사 폐간까지 거론하며 압박하는 정보부 인사까지 등장합니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과, 그 이후의 진실을 방아쇠 당긴 사람 못지않게 막아선 사람들. 제목의 복수형이 가리키는 대상은 아마 후자 쪽에 더 가까울 겁니다. 진실을 쏜 사람과 진실을 묻은 사람들, 이 두 겹의 암살이 이 영화의 진짜 제목일지도 모릅니다.

허진호 감독과 현대사 3부작

이 영화를 만든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낯선 제작사가 아닙니다. 1979년 대통령 시해 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 그로부터 두 달 뒤 벌어진 군사 반란을 그린 《서울의 봄》을 만든 곳입니다. 공식적으로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인 시리즈는 아니지만, 1974년 영부인 저격부터 1979년 시해 사건, 같은 해 12월의 군사 반란까지, 세 영화가 시간 순서대로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훑어가는 모양새입니다. 한 정권의 균열이 시작된 지점부터 완전히 무너지는 지점까지를, 다른 감독과 다른 배우들로 이어 그리는 셈입니다.

허진호 감독은 그동안 멜로 영화로 잘 알려진 연출자입니다. 그런 그가 정치 미스터리 추적극을 택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건의 스펙터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선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예고편에서도 총격이나 추격전보다, 진실을 캐물으려는 인물들의 표정과 침묵이 더 오래 머무는 장면들이 눈에 띕니다.

푸코가 말한 진실의 체제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이 진실을 단순히 억압하거나 감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권력은 무엇이 진실로 통용될지 그 기준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그는 이걸 "진실의 체제"라 불렀습니다. 어떤 사회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권력이 승인한 버전의 사실이라는 뜻입니다.

1974년의 공식 수사 발표가 정확히 이 체제를 보여줍니다. 탄환 개수가 맞지 않는다는 물리적 증거보다, 국가가 승인한 결론, 즉 배후는 북한이라는 서사가 먼저 확정되고 발표됩니다. 증거는 그 결론에 맞춰 정리되고, 맞지 않는 부분은 침묵 속에 묻힙니다. 영화 속 기자들이 부딪히는 벽은 개별 권력자의 악의라기보다, 이 진실의 체제 자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흥미로운 건 이 체제가 폭력적인 강요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고편 속 정보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총이나 협박이 아니라 신문사 폐간이라는 행정적 언어로 압박을 가합니다. 진실의 체제는 이렇게 아주 사무적이고 합법적인 얼굴을 하고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저항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무섭게 다가옵니다.

지금 이 영화가 필요한 이유

50년 전 사건을 다시 꺼내 드는 이유를 굳이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공식 발표와 실제 정황 사이의 간극, 진실을 좇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라는 주제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이야기니까요.

여섯 발의 총성 중 아직 설명되지 않은 두 발. 영화가 그 답을 명확히 제시할지, 아니면 미해결로 남겨둘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만큼은 예고편에서부터 분명히 느껴집니다. 추석 극장가에서 확인해볼 만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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